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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늙어도 늙지 않으려면 문학을 읽어야”
작성자 인문학박물관관리자 날짜 2020-03-07 11:00:41 조회수 91

그의 옆에 섰다. 문득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 묘한 느낌이었다. 크지 않은 몸집에서 어떤 파장 같은 게 나오는 것 같았다. 아무리 성마른 사람이라도 곧장 차분하게 만들 것 같은 고요였다. 강요하는 침묵은 아니었다. 미풍에도 수면을 움직여 화답하는 호수 같은 잔잔함이었다.
 
  올해 만 100세가 된 철학자는 천천히 전시관을 둘러봤다. 질리지도 않은지 벽에 붙은 사진들을 지그시 들여다봤다. 지난 2월 6일 김형석(金亨錫)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와 양구인문학박물관을 찾았다.
 
  원래대로라면 김 교수 자택에서 만나야 할 터였다. 그런데 그의 책과 책상, 그러니까 서재가 거의 통째로 외부로 옮겨졌다는 걸 알게 됐다. 저서와 선물받아 간직하고 있던 책들, 일기장, 자필 원고 등이었다. 서적뿐 아니라 도자기와 글씨 등 수집한 작품들도 함께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양구인문학박물관(이하 박물관)으로 보냈다.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 나눠서 옮겼다.
 
 
  양구로 서재 통째로 옮겨


홀로 기증한 것이 아니었다. 일생의 벗인 안병욱 숭실대 명예교수도 함께였다. 책과 수첩, 가구 등 안 교수의 서재도 통째로 박물관으로 옮겨왔다.
 
  박물관은 아예 별도 건물을 새로 지어 두 철학자를 맞았다. 2018년 개관한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이다. 파로호 상류 옆에 자리를 잡았다. 1층은 안 교수의 전시실, 2층은 김 교수의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두 철학자의 삶을 보여주는 사진과 메모,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쪽엔 두 학자의 서재를 재현해놨다.
 
  박물관과의 인연은 두 교수의 아들들 덕에 맺어졌다. 지역 내 인문학을 위한 콘텐츠를 찾던 양구군이 김형석·안병욱·김태길 세 동갑내기 철학자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김태길(2009년 별세)·안병욱(2013년 별세) 교수와 함께 ‘국내 3대 철학자이자 수필가’로 불렸다. 무엇보다 평생 우정을 나눈 사이였다.
 
  특히 김 교수와 안 교수는 실향민이다. 김 교수는 평안남도 대동, 안 교수는 평안남도 용강이 고향이다. 게다가 김 교수의 아들 김성진 한림대 명예교수와 안 교수의 아들 안동규 한림대 부총장이 강원도에 있는 한림대에서 후학을 기르고 있다.
 
  2013년 영면에 든 안 교수는 박물관 뜰 한쪽에 묻혀 있다. 최민규 박물관 관장은 “후에 김 교수도 친구 옆에 자리하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에선 한 달에 한 번꼴로 김형석 교수가 강연하는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 박물관은 김 교수의 과거를 보존한 서재이자, 현재를 함께하는 강의실이자, 훗날 친구 곁에서 잠들 미래의 집인 셈이다.
 
  이미 몇 번이나 보았을 전시벽을 김 교수는 가만히 오래 들여다봤다. 환히 웃는 젊은 부부, 굳은 표정의 연세대 철학과 교수들, 친우(親友) 김태길 교수, 윤동주 시인, 김수환 추기경…. 그 앞을 조용히 흐르던 그의 발길이 유독 한 흑백사진 앞에 오래 머물렀다. 모교인 평양 숭실중학 교사(校舍)의 전경이었다. 꿈속에서나 가능할지… 이제 이번 생에는 갈 수 없는 곳이다. 평양의 숭실학교 자리엔 현재 러시아대사관이 들어서 있다.
 
  1920년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태어난 김형석 교수는 1943년 일본 조치(上智)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47년 월남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서울 중앙중·고에서 교사와 교감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1954년부터 1985년까지는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후학을 길렀다.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헤겔과 그의 철학》 《종교의 철학적 이해》 등 100여 권의 책을 냈다. 가장 최근에 낸 책은 《삶의 한 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다.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출처 : 월간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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