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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예전엔 인생 끝이라던 60대…요즘은 일하며 사회에 기여할 나이”
작성자 인문학박물관관리자 날짜 2019-08-30 16:04:00 조회수 173

◇우리나라 3대 철학자라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심은석 사회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맨 위),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행복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남덕기자

환갑 이후엔 보람 있는 삶이 행복…사랑 주고받으며 성실히 살길
노년층의 고독은 가족관계서 소외 탓…중요한 것은 친구 있어야

남북 기회만 생기면 인적 교류…문화·경제적 관계로 발전 필요
최근 한일문제 50년 후 미래세대 내다보고 양국이 풀어나가야


강원도 양구에 오면 국내 철학계의 지평을 넓힌 김형석·안병욱 명예교수를 만날 수 있다. 파로호 상류 양지 바른 곳에 인문학박물관과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1920년 평남 대동에서 태어난 김형석 명예교수, 1920년 평남 용강 출생의 안병욱 명예교수는 7년여 전 양구군의 권유로 양구를 정신적 고향으로 삼게 됐다. 안병욱 명예교수는 인문학박물관 옆에 잠들었지만, 올해 100세를 맞은 김형석 명예교수는 지금도 강의와 집필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시대의 어른으로 청장년층은 물론 노년층에게까지 삶과 꿈,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김형석 교수를 지난 1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만났다. 농담을 섞어가며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의 말 속에는 100년의 세월 동안 만들어진 내면의 깊이가 느껴졌다. 

■올해 100세입니다. 아주 건강해 보이는데 비결이 있는지요

“나이 때문에 어디 가면 건강과 장수 비결이 뭐냐고 꼭 물어옵니다(웃음). 과거에는 60세가 넘으면 인생 끝났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60대부터 90대까지가 나무로 얘기하면 열매 맺는 소중한 기간입니다. 우선 60대를 넘겨 90세까지는 일할 나이이고 사회에 기여할 나이이니 귀하게 살자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결국 일을 하는 사람이 건강하게 되고 저는 일을 하려고 건강을 관리합니다. 관리라는 게 별 게 없고 제가 사는 집이 2층인데 하루에 수십번씩 2층을 오르내리고 있어요. 생활 속에서 적당한 운동을 계속 이어가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일이야 워낙 활발하게 하시니까요. 다른 건강 유지법은 없습니까

“요즘 성인병과 치매가 문제인데 50대부터 잘 관리하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때부터 오래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을 하나씩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수영을 1주일에 5일씩 했었는데 강연을 다녀와 피곤하더라도 수영장에는 꼭 들렀어요. 수영을 하고 나면 오히려 피곤이 풀리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다 없어져요. 그러다 보면 운동에 적당히 중독되는 겁니다. 중독은 중독인데 몸에 좋은 `창조적 중독'이죠. 뭐든지 생활 속에서 늘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면서 잘 먹고, 꾸준히 일하다 보면 건강은 따라오지 않을까요. 몸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위한 운동은 안 됩니다.”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사랑이 있는 고생보다 행복한 건 없다'고 하셨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고생의 짐을 대신 지는 것이 행복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젊은 시절 탈북했는데 가진 게 하나도 없어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가 아주 행복했고 그것이 바로 `사랑이 있는 고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은 과연 어떤 걸까요

“젊었을 때는 즐겁게 사는 게 행복이고, 50∼60대까지는 성공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실패하면 불행하다고 하죠. 그런데 60세가 넘으면 보람 있게 사는 게 행복이 됩니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내가 수고한 것이 버림받지 않게 되면 행복을 느끼게 되지요. 첫 번째 조건은 성실하게 사는 겁니다. 이 말은 저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인 안병욱, 김태길 선생이 함께 했던 말입니다. 결국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바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죠.”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 혼란기,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 시기를 다 거치셨는데요. 이제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요

“북한에 대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여전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과 북한 동포는 서로 친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은 인정하기 어렵고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자멸할 수밖에 없지만 동포들에 대해서는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회만 생기면 인적교류를 해야 하고 문화교류, 경제교류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죠. 군사적 합의를 한번에 이뤄내는 방식은 어렵습니다. 단계적으로 교류하면 통일의 길이 생기고 그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최근 한·일 문제도 양국의 지도자들이 앞으로 50년 후쯤 우리 후세대들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길을 열어준다는 생각을 갖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년층의 고독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 고독해지는 것은 가족관계에서 소외되기 때문인데요. 우리는 너무 가족주의화돼 있어 그 지점에서 모순이 생기는 겁니다. 가족관계와 사회관계를 동등하게 봤으면 좋겠어요. 나이 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큰 단위와 작은 단위의 친구들을 네트워킹해 모이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일을 해야 하고 무엇이든 배워야 합니다.”

■강원도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요

“양구에 계신 몇몇 분이 철학계쯤 3총사이자 친구인 저와 안병욱 교수, 김태길 교수 같은 분을 모셔오면 전국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고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뜻을 모았다고 합니다. 김태길 교수는 고향이 충청도인데 안병욱 교수와 저는 고향이 북한이니까 모시자는 이야기들이 성숙돼 갔다고 해요. 마침 한림대에 제 큰아들 김성진 교수와 안 교수 아들인 안동규 교수가 있었는데 양구군과 연결이 됐고 인문학박물관을 건축할 때 처음 가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양구에 꾸준히 방문하고 한 달에 한 번꼴로 특강하시는데 남다른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양구와 인연을 맺은 후 뭘 도와드려야겠다 생각하다가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의 군민들을 위한 강좌를 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몇 년 특강을 하고 있는데 양구뿐만 아니고 전국, 어떤 분들은 해외에서도 찾아오셔서 강의를 들으세요. 반응이 좋습니다. 이제 100세가 돼서 좀 피곤하고 그래도 양구 강의 만큼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도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강원도민들께 한 말씀 해주시죠.

“강원도에 가면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던 때의 인간미가 아직 남아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강원도에 가게 되면 사심이 없어지고 예전에 살던 곳에 간 것처럼 푸근한 마음이 들어요. 강원도가 좀 넓은데 지역별로 특색 있는 도시로 성장해 나가기를 빕니다. 예를 들면 역사 유적이 많고 문화적 스토리가 있는 영월은 역사 중심의 도시로, 양구는 인문학의 도시로 키워 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양구 식당에 가면 많은 분이 저를 알아봐 주십니다. 저도 강원도 사람 맞죠?(웃음)” 웃음으로 시작한 인터뷰는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인터뷰 내내 그의 `건강한 정신'이 기자에게도 깃들어 오는 듯했다.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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